LAND ROVER DEFENDER

  • 조한열
  • 발행 2021-02-15 10:30

LAND ROVER

DEFENDER



랜드로버의 뿌리이자 정체성인 디펜더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기존의 날 것 같은 투박함은 걷어내고 시대에 맞춘 세련된 마감이 돋보인다. 멋진 재해석으로 돌아온 디펜더는 경쟁자들 위에 올라설 준비를 끝마쳤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를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

내가 랜드로버

안다. 여러분이 랜드로버에 갖고 있는 불신과 인식들. 기자 역시 동감하는 편이다. 재밌는 건 그럼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점. 평범한 기자의 시선에선 굳이 말 많고 리스크 높은 이 브랜드를 왜 찾을까 싶지만 부자들의 사고(思考)는 다른가 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일까, 뽑기만 잘하면 높은 만족감이 따라오나? 글쎄다. 소유해보지 못했으니 그런 만족감을 알 리 없지만 오늘의 주인공, 디펜더만큼은 인정이다. 리스크가 있다 해도 소유해 보고픈 매력적인 랜드로버다.

영리하고 다부진 이미지를 연출하는 헤드램프와 스키드 플레이트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외관이다.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사진과 영상으로 만나봤던 디펜더와는 사뭇 달랐고, 위압감이 들 정도로 박력 있는 첫인상이다. 공기저항계수는 무슨 말이냐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각을 세웠다.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넓은 시야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디펜더의 아이덴티티와도 무관하지 않은 디자인. 곧추선 A필러 덕분에 디펜더가 지닌 카리스마와 정체성만큼은 완벽하게 지켜냈다. 대신 0.38~0.40에 달하는 수치로 근래 보기 드문 저항값을 보여준다. 동급 SUV들보다는 못해도 거의 0.6에 육박했던 구형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된 수치다.

​앞뒤를 가리지 않는 디펜더의 멋

디테일도 기존 디펜더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인다. 네모난 프레임 안에 동그란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모양이 그렇고 자연스럽게 부풀린 펜더와 휠 하우스에서도 오리지널의 모습이 겹친다. 싹둑 잘라낸 듯 수직으로 떨어지는 테일 게이트 라인과 지붕의 알파인 라이트 윈도 등도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트렁크 해치에 달린 스페어타이어는 어떤가.

실내로 들어서면 외관의 정통성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완전히 최신화된 디자인과 조작계는 색다른 반전을 만들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스티어링 휠은 랜드로버의 모델 중 어느 것과도 겹치지 않는다. 원가절감을 이유로 부품 공유의 우를 범하지 않은 것. 전용 디자인의 반듯하고 정갈한 인상이 마음에 든다.

​110의 길이와 높이 모두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각각 12.3인치와 10인치로, 매끄럽고 세련된 화면전환을 보여준다. 특히 T맵이 기본 내장된 센터 디스플레이는 터치감이 좋고 반응속도도 빨라 시승 내내 만족한 부분이었다. 디펜더에 T맵이라니 곱씹어 봐도 놀라운 일이다. 다만 유저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친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까지 다소 헤매게 된다. 이는 다른 조작계 역시 마찬가지인데, 버튼 배열이나 작동 방식이 그리 직관적이지 않다. 물론 오너 입장에서 익숙해지고 나면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니다.

혹여 너무 세련되게 바뀐 실내 덕분에 외관과의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운전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도어 트림을 비롯한 센터콘솔 프레임 등에 노출된 리벳들이 보인다. 다른 차들이었다면 성의 없는 마무리로 느낄 부분도 디펜더이기에 영리한 디자인으로 느껴진다.

도로를 내려다 보고 싶다면 이만한 공간이 없다


활공하는 비행체

이제는 달려볼 차례. 운전석에 오르면 높게 자리 잡은 시트 포지션이 탁 트인 시야각을 만들어낸다. 이 차에서 가장 압권인 부분이다.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면 운전병 시절 몰던 트럭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변 차들이 전부 내려다보인다. 마주 오는 중형버스 기사님과도 눈이 마주친다. 기존의 도심형 SUV들과 다른 높이 덕에 전에 없던 여유가 생긴다. 도로의 모든 사정이 한눈에 들어오는 덕분이다.

알파인 라이트 윈도

시야가 높다 보니 달리기 시작하면 마치 도로 위를 비행하는 기분이다. 지겨운 일상에서 바로 탈출할 수 있다. 활공하는 디펜더의 동력원은 2.0L 디젤 엔진.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낸다. 특출난 수치는 아니지만 의외로 강력하다. 이 감각을 연출하는 가장 큰 조력자는 8단 자동변속기. 영리하고 완성도가 높다. 구동방식은 당연히 AWD.

T맵이 내장된 모니터와 전자식 기어레버

디펜더라면 으레 뛰어난 오프로더로서의 면모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신형 디펜더는 온로드에서도 출중한 실력을 뽐낸다. 높은 차고 때문에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완전 오해다. 낮은 무게중심과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하체는 시종일관 안락하며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한 기존 보디 온 프레임에서 알루미늄 모노코크로 변경된 섀시도 세련된 승차감에 일조했다.

리벳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오리지널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너무 칭찬 일색이었으니 아쉬운 점도 읊어볼까. 우선은 앞서 언급했던 유저인터페이스. 직관적이지 않은 사용법과 버튼 배열에 적응이 필요하다. 이 점은 적응을 통해 해결될 문제라 특별히 문제랄 건 없고 진짜 문제는 구조에서 온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가깝게 주행하거나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면 조수석 앞쪽 A필러에서 풍절음이 들려온다. 앞창 각도라는 구조적 특징에서 야기된 문제라 특별히 해결방안이 없다. 덕분에 자연스레 속도를 낮추게 된다. 과속방지에 이만한 기능이 없다(?). 물론 이마저도 고속주행을 위한 모델이 아니라며 보듬어 줄 수 있다.

2열을 접으면 광활한 짐 공간이 탄생한다


The Icon


디펜더는 랜드로버의 정신이다. 포르쉐에 911이 있듯 랜드로버의 정체성은 디펜더에 있다. 1990년에 디펜더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그전에는 랜드로버 그 자체였던 모델이다. 브랜드의 아이콘을 담당한 제품에는 지금껏 쌓아온 헤리티지와 많은 이야깃거리들 담겨있다. 동시에 앞으로 써 내려갈 역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제품을 허투루 만들기란 쉽지 않다.

디펜더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공구가 주는 매력, 툴 워치가 주는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디펜더가 주는 매력에 깊이 공감하리라 본다. 다이빙을 하지 않아도 다이빙 워치를 찾는 것처럼, 오프로드에 가지 않아도 디펜더를 찾을만한 가치는 있다. 난생처음 나를 태우고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차를 만났다. 1억 언저리 SUV들은 강력하고 오래된 신참의 등장에 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LANDROVER DEFENDER 110


•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           •길이×너비×높이 5018×1996×1967mm

•휠베이스 3022mm           •트레드 앞/뒤 1704/1700mm

•무게 2430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스티어링 전동식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V디스크

•타이어 255/65 R19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밸브 구성 DOHC 16밸브           •배기량 1999cc

•엔진 출력 240마력/4000rpm             •엔진 토크 43.9kg·m/1400rpm

•변속기 형식 8단 자동변속기           •구동계 배치 앞엔진 네바퀴굴림

•연비, 에너지소비효율 9.6km/L(도심 8.9, 고속 10.5), 4등급           •가격(시승차) 8,5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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